얼떨결에 정말 생소한 아르바이트를 해보게 되었다.
바로 코러스 알바.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무대 뒤편에서 서 있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일은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자리였고,
경기도 모처의 한 스튜디오에서 일요일 하루 동안 진행되는 트로트 방송 녹화 현장이었다.
알바 안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대기 시간, 리허설, 촬영 준비까지 포함하면
몸보다는 기다림이 더 힘들었던 하루였다.
🎶 코러스 알바는 어떤 일일까?
간단히 말하면, 무대의 사이드에서 무대를 함께 채우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녹화방송이라 관객은 없었다.
화면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타이밍에 맞게 움직여야 하고, 전체 무대의 분위기나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한다.
소리에 맞게 퍼포먼스를 해야하는 역할이 필요한 타이밍도 있었고,
몸으로 간단한 리듬을 맞추는 연출도 있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순간순간 긴장되는 일이다.
무대 위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고,
의외로 계속 서 있어야 하는 환경이어서 허리와 다리에 부담이 느껴지기도 했다.
잠시라도 앉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 정도였다.
💬 기억에 남는 순간들
잠깐잠깐 노래가 바뀔때 3분정도 쉬게 해준다.
그리고 내리 10곡넘게(이건 정확치 않다, 그만큼 여러곡 연속이었다는 뜻이다) 무대에 서 있어야 했다.
상당히 오랜시간을 서있었기에 5시간이 넘어갔을때 쯤 몸이 마비되는 느낌이 와서 박자를 못 맞추겠더라는.
어느순간 마이크들고 멍때리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그날 무대에는 많은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였다.
한번에 녹화를 많이 떠놓는 것인지 80팀정도가 나와서 2~3곡은 했던 것 같다.
그중 몇몇 분은 무대에 오르기 전이나 퇴장할 때,
우리 코러스 인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주었다.
그 인사 하나가 참 인상 깊었다.
그걸 꼭 예의나 인성의 척도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배려심일 수도 있고, 노련함일 수도 있고, 그냥 그 사람만의 성향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였든, 그런 인사를 받았을 때 나는 참 감사하더라.
💿 ‘영자가 보여요’ – 그날의 노동요
평소 트로트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날 하루 종일 들은 많은 노래 중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났던 곡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진관님의 ‘영자가 보여요’라는 노래다.
리듬이 신났고, 몸이 지쳐갈 때쯤 그 노래가 흘러나오니
저절로 어깨가 들썩들썩 기운이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 이런 걸 노동요라고 하나?
이 곡 말고 몇곡 더 있었는데 오늘은 이곡만 소개(희소성있게ㅋㅋ)한다.
게다가 이진관님은 무대에 오르며, 또 내려갈 때도 우리에게 정중히 인사해주셨다.
그 모습도 함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문득, 우리 엄마 이름이 ‘영자’여서 더 마음이 갔던 것도 같다.
그분이 예전엔 점잖고 서정적인 곡을 많이 부르셨던 걸로 아는데, 이 노래는 꽤 신나고 활기차다.
이 노래, 다시 뜨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이미 떴는지도 모르겠다.
🧾 코러스 알바, 추천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시간 서 있어야 하고, 촬영 현장의 리듬을 따라가는 데 익숙해야 하며,
소리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이나 음악에 관심이 있거나, 무대라는 공간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한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 알바는 알바일뿐, 본업은..
무대 위에는 많은 조명이 있었고, 무대 아래에는 서로를 향한 작은 인사와 마음들이 있었다.
코러스 알바는 단순히 돈을 버는 자리가 아니라
조금은 특별한, 내 일상과 다른 하루를 살아본 현장 학습의 시간이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내 안에 남은 건 트로트 한 곡과 작은 존중의 기억, 그리고
조금은 더 ‘슬기롭게’ 살아가는 감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가끔, 생전에 부르지도 않는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건지..
‘영자가 보여요~’ 이노래 알고보니 나온지가 꽤 되었다. 역주행되길..
그리고 그날이 어쩌면 나의 흑역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 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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